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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느림의 미학
제35회 한국수학경시대회(KMC)(2017년 전기) 중2 최우수상
작성자
김해장유중학교 중2 정태화
등록일
2017.07.18
조회수
157

저는 장유중학교 2학년 정태화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학교 수학 선생님의 소개로 KMC 대회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지금 나의 실력을 점검해 볼 겸 도전한 시험에 덜컥 큰 상을 받게 되어 아직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초등시절부터 지금까지 수학시험에서 100점을 받아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단순한 연산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해 또래 아이들이 다 한다는 연산학습지 수업을 거부하고 그 시간에 수학 관련 동화책이나 수학 만화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산능력이 부족하여 시험에서 늘상 실수하여 아쉬운 점수를 받게 되고 문제 푸는 속도도 굉장히 느렸습니다. 그런 저를 부모님은 속으론 많이 걱정되셨겠지만 저의 뜻을 인정해 주시고 주말엔 항상 도서관에 데려다 주셨습니다. 그곳에서 수학 관련 책은 만화책 동화책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책으로 만나는 가우스, 오일러, 페르마, 유클리드, 피타고라스는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에 처음으로 수학학원을 다녔습니다. 다행히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느리고 실수 많은 저를 잘 이끌어 주실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선생님은 아직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저의 수학적 능력을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하여 지금의 제가 될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학교 수업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풀이 과정을 설명하게 하는 수업 방식은 자신감 부족한 제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수학 선행도 많이 늦었습니다. 이미 상당한 과정까지 선행되어 있는 친구들을 보며 제가 너무 느린게 아닌가 걱정도 되었지만 빠르게 달리기 보단 느리게 걸으며 부족한 부분을 꼼꼼히 메워가는 것이 더 나으리라 생각하였고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번 결과로 입증 된 것 같습니다. 수학 공부를 할 때 기본개념을 익힌 뒤엔 에이급과 같은 심화서를 꼭 풀었습니다. 쉬운 문제서부터 고난도 문제까지 빠짐없이 익혔습니다. 저는 문제가 막힐 때 되도록 정답지를 보지 않습니다. 정답지를 보면 저도 모르게 답에 대한 선입관이 생기게 되고 답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풀이를 하게 될 수 있으므로 긴 시간이 걸려도 스스로 풀려고 노력하다보니 어느 땐 한 문제를 3시간 4시간씩 걸려 고민하기도 하고 그러다 끝내 정답에 닿았을 때의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저에게 수학공부는 장 담그기와 같았습니다. 좋은 기본재료에 정성과 오랜 기다림이 훌륭한 장을 만든다면 재미있는 수학책, 좋은 선생님, 그리고 긴 시간 숙성시키며 한 문제 한 문제 내 것으로 만드는 끈기. 그리고 당장 좋은 점수가 나오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좋은 수학장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저만의 수학장을 맛있게 익혀 저처럼 수학을 사랑하고 즐기는 학생들이 도전할 수 있는 페르마의 정리와 같은 수학적 난제들을 만들어 보는 것이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저는 느리지만 꾸준히 걷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