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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제36회 한국수학경시대회(KMC)(2017년 후기) 고등부 대상
작성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고2 하준수
등록일
2018.08.24
조회수
2,857

안녕하십니까? 이번 한국수학경시대회 고 2 부문에 참가한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2학년 하준수입니다. 2009년, 초등학교 3학년 때 호기심에 KMC를 처음 보고 은상을 탄 후로 수학에 완전히 매료되었는데, 8전9기 끝에 대상을 타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는 수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일찍이 이를 알아보신 저희 부모님께서는 제게 생활 속에서 많은 것을 수와 연관 지어서 설명하려 하셨습니다. 예를 들자면, 단순히 “컵에 물을 따라볼까?”가 아닌, “컵에 물을 80% 따라볼까?”와 같이 말씀하시고, 오디오에는 구구단 노래를 넣어주시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조금이라도 아이의 재능이 보이면 바로 학원에 보내버리는 많은 부모님들과는 달리, 저희 부모님께서는 최대한 자유롭게 저를 놓아주셨다는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체험시켜주시고, 뭔가를 잘 못한다고 해서 절대로 저를 다그치거나 조급해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저를 ‘방임’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면 따끔하게 꾸중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정직함’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강조하셔서, 인격적으로 제가 바르게 자라도록 물심양면 노력하셨습니다.

아무튼 부모님께서 저를 보채지 않은 덕분에(?) 초등학교 때는 당시 뛰어난 친구들과 비교해 - 만약 올림피아드 같은 대회에 나가서 어려운 문제를 잘 풀어서 상을 받아오는 것이 수학을 잘 하는 것이라면 - 그리 수학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잘 하지는 못합니다. 저는 단지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였지, 선행학습을 통해 각종 이론을 섭렵하고 문제를 빨리 푸는 훈련이 된, 그런 꼼꼼하고 빠삭한 아이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학교 수업 중에서는 수학이 제일 좋았고, 여러 수학책에서 읽은 새로운 개념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내 것으로 만들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만의 취미가 생겼습니다. 바로 이 개념들을 가지고 ‘나만의 수학책’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체계적이라서, 나름대로 당시 살던 아파트 이름을 넣은 출판사도 있고, 제 이상을 구현시켜줄 가상 국가 ‘친도’도 만들었습니다.(아이러니하게도 ‘친도’는 ‘친환경 도시’의 약자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친환경 버스’를 타면서 이 국가를 구상했기 때문이죠.)

저는 왜 수학이 좋았을까요? 되돌아 생각해보니 선뜻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약하게나마 추측해보아, 정해진 답이 있고, 그 답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그런 ‘정직한’ 수학의 특징이 어린 시절 제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보태자면, ‘0은 숫자이다.’ 따위의 기본적인 공리 몇 가지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창조해내는 그런,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징이 ‘혼자 오랫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는’ 제 성격과 매우 잘 부합했던 것입니다. 영어와 같은 다른 학문은 혼자 무언가를 생각한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말이죠.

그러다가 초등학교 3학년인 2009년, 어머니의 추천으로 어쩌다가 KMC를 보게 되었습니다. 단순 계산 혹은 약간의 응용이 담긴 쉬운 학교 수학 문제들과 다른, 전혀 접하지 못한 그런 새로운 문제들을 보고 어찌나 감명이 깊던지. 이후 반평생은 거기에 빠져 지냈다고 할 수 있죠. 직접 연구해 만든 수학문제들을 모아 ‘친도수학올림피아드’, 약칭 ‘칠림피아드’라는 것을 만들어 KMC처럼 매년 2회 소규모의 비공식 대회를 열어 친구들, 친척, 심지어 선생님께 풀게 했습니다. 일개 학생이 만든 문제를 풀어 점수가 매겨진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도 있었겠지만, 정말로 감사하게도, 운이 좋아 제 주위의 분들은 모두 흔쾌히 이 대회에 참가해주시더군요.

그러면서 저는 점점 성장했습니다. 매번은 아니지만, 생각날 때마다 꾸준히 KMC를 봤습니다. 이번 대회까지 포함해 아홉 번 KMC에 참가했군요. 물론 성적이 엄청 훌륭하지는 않았습니다. 예선은 거의 매번 통과했지만, 본선에서 기껏해야 은상, 동상, 장려상, 운이 좋아 중 3때 금상 한 번 받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비단 KMC뿐만 아니라, 올림피아드 등 다른 대회도 호기심에 참가해보았지만 결과는 모두 썩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고, ‘이번에는 어떤 재미있는 문제가 나올까?’하고 기대하며 시험을 즐겼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수학 문제를 접하게 되었고, 저도 더 재밌는 수학 문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배운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학문제를 만들고, 이를 풀어보는 것’이 저만의 독특한 수학 공부법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운이 좋아 이번 대회에서 드디어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번만 운이 더 따라주어 최우수상마저 받게 된다면 무상까지 포함하여 KMC에서 받을 수 있는 7가지의 모든 상을 수상하는, 이른바 ‘KMC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되는데, 이건 좀 욕심이 나는군요. 하하.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입니다. 꼭 수학이 아니더라도 뭔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절대로 멈추지 마십시오.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결과에 부담 갖지 말고 그 과정을 즐기세요.

제 꿈은 수학자가 되어 수학사에 길이길이 남을 업적을 세우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성과에 급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수학에 대해 깊이 고찰하는 것을 즐긴다면, 어쩌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도록 해주신 부모님, 동생, 친구들, 선생님들을 비롯하여 제 주위의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긴 후기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